
말로 할 때는 지났지.

가현(@np5882)님의 커미션입니다.
유피테르 Jupiter / 플루토 PLUTO
:: 38 :: F :: 185cm/74kg
차분하게 가라앉은 검은 머리카락은 관리를 잘한 것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찰랑였다. 곱슬기 하나 없는 직모는 길었으나 허벅지를 덮을 정도로 내려오지는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치고 있는 노란 장신구와 흰 피부를 제외하면 모든 게 검었다. 정돈된 검은 눈썹 아래 자리한 눈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새까만 색이었고, 눈동자가 작은 건지 조금만 위로 치켜뜨거나 아래로 향하면 흰 공백이 생겼다. 검은 마스크 아래에 가려져 있던 얼굴에는 큰 흉이 자리하고 있었다. 녹아내렸던 것으로 보이는 피부는 아물기는 했으나 주변 피부와는 생김새가 달라 불쾌감을 자아냈다. 피안석으로 된 목걸이를 옷 안쪽에 착용중이다.
성격
숨김없는 :: 여전한 / 호불호가 뚜렷한 :: 신념이 없는 / 마이페이스 :: 선악을 신경쓰지 않는
“용건만 간단히. 설득할 거면 집어치우고.”
그는 여전히 무뚝뚝한 반응을 보였고 서슴없이 행동했으며 적당히 사람다웠다. 누군가는 더는 사람답다 여기지 않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을지도 모르나 어찌되었건 별다를 것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여전했으므로 신경쓰지 않았다.
“말로 좋게 타이르는 건 애들한테나 몇번이고 해줄 수 있는 거지.
다 큰 놈들한테 딸랑이나 흔들어주자고 있는 게 아니야.”
창 이셴은 호불호가 뚜렷한 사람이다. 정확히는 90% 정도는 관심이 없고 4%는 좋아하고 6%는 싫어했다. 그러니 불호가 두드러졌고 그것을 기반으로 움직였다. 좋아하는 것은 해야 했고 싫어하는 것은 눈앞에서 치우려고 한다. 신념이 없는 그가 움직인 것은 비단 이것 때문이었다. 보기 싫어서,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이쪽에 선 것은 단순히 차별이 싫은데 저쪽은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짓을 하니까. 그의 행동은 본 성향이 동정심없이 배제시키려 드는 공격적인 경향이 있어서이기도 했으나 나름대로의 경험으로 얻은 방식이었다. 그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이런 세상을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선’하게 차별을 누그러뜨리고 지워보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가 느끼기에 그리 순순히 진행되지도 않았다. 도리어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나 보았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쉽게 결정하였다. 차별이 싫고, 그걸 방관하는 자도 싫고,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무력으로 짓누르자고. 신념은 없으나 호불호가 뚜렷한 자. 그는 가고 싶은 곳으로 갔다. 제 방식을 고수하면서.
“내 행동이 옳지 않다. 내가 옳지 않다. 그래서?”
구태여 자신을 숨기려 들지도, 언행을 조심하고 사리지도 않는 그는 선과 악을 구분짓지 않았다. 이것은 선한 행동이고 저것은 악한 행동이다. 이렇게 하면 선한 사람이고 저렇게 하면 악한 사람이다. 그는 철저하게 선악에 무관심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고 말한다. 남들이 무슨 평가를 내리던지 관심이 없었다. 돕고 싶었기에 도왔고, 성가시기에 무력으로 사람을 휘둘렀다. 그것을 경외시하고 치켜세우든지 자신과 무슨 상관이던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싫은 걸 없앤다. 삶의 방식이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그가 선악을 구분 짓지 못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는 멀쩡히 사고할 수 있었으므로. 자신이 선 곳이 어디에 속하는지, 방식이 어디에 속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THEMIS - 유피테르 진영 선택 사유
그는 어느 곳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적당히 편한대로 행동할 수 있으면서 적당히 타협지점이 될 단체를 선택했을 뿐이다.
집단이라는 게 오로지 마음에 드는 부분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사람이 카르마의 유무로 구분짓는 것 외에도 그는 온갖 다름을 근본으로 둔 두려움을 받아들였다. 그럴 수 있다.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겠는가. 같은 사람임에도 배척하고 차별하며 경멸하고 조롱하며. 그걸 당하는 자가 구태여 이해할 필요가 있던가. 사람의 목숨이 소중한 것은 안다. 카르마도 사람이다. 위험부담을 짊어지고서 최전선에 나서는 군인과 같은데 어째서 취급은 괴물만도 못한지. 구할 자를 정하는 것은 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배척하고자 한다면 같은 사람으로 위하고 존중할 이유가 없다. 빌어먹을 의무와 책임을 운운하기 전에 카르마가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도구가 아니다. 원치 않은 것이라고 한들 이미 받았으니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한없는 희생을 보여줄 정도로 성인(聖人)도 아니다. 단순히 대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이 없는가? 보기 좋게 꾸며 철책을 울타리로 속이면 한없이 이해하고 넘어갈 정도로 미련해보였을까.
그는 사람의 목숨에 가치를 다르게 매겼다. 능력의 유무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살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없이 인내하고 위한다고 하여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되었다.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때로 태풍이 필요하다. 낡고 망가진 것을 날려버릴 매서운 바람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모든 것을 태울 들불이. 비단 그 방법이 폭력을 동반하고 공격적인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그렇다하여 아무 죄 없는 아이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필요하면 지네끼리 하면 될 문제 아니던가. 애꿎은 애들은 왜 건드리는지.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을 때 행동한다. 그러니 왜 이곳을 택했는지는 뻔했다.
법과 규제가 왜 존재하는지 아는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연약한 인간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를 지어야 했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규칙을 만들었다. 법이 제 구실을 못한다고 한들 약한 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카르마의 분노를 알고 보복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 보복이 제대로 된 목표를 찾아가지 못한다면, 눈에 거슬리니 치울 필요가 있었다. 얼터레스의 일부 행보가 달랐다면 그는 그곳에 서있을지도 몰랐다. 사회가 다수를 위해 움직이니 하나는 선이요, 하나는 악이다. 그것이 그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는 자신이 선택한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다.
기타
직업
테레스 고아원의 실질적인 원장이자 설립자다. 테미스에 소속되어 있어 대외적으로는 부원장인 양 취안이 원장으로 있다. 운영에 있어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업무 처리는 양이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창은 사업을 하는 모양이지만, 그것도 대리인이 있어 어떤 사업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테레스 고아원
창이 스물이 되던 해에 설립되었다. 사업도 이 시기에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세계적인 제과 회사인 에스포티가 테레스 고아원의 후원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세네르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아원에서 받는 아이는 갓난아기부터 만 19세까지다. 만 19세가 되는 해까지 머무를 수 있으며, 같이 들어온 어린 형제가 있다던가 타당한 사유 내에서는 머무를 수 있도록 허용한다. 에스포티 제과 회사로 들어가는 경우도 꽤 있는 모양. 고아원의 선생님이나 직원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고아원의 모든 것은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교육이 어릴 적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가르치기보다는 아이가 이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고아원의 직원은 주기적으로 인성 교육 및 테스트를 한다. 이름의 기원은 성인으로 볼 수 있는 마더 테레사 수녀로부터 기원한다.
직원은 비능력자와 능력자가 섞여있는데 테미스에 소속된 능력자만 있으며, 시간 강사나 자원봉사의 느낌으로 있다. 주기적 방문이 이루어지는 자원봉사의 경우 급여를 따로 주는 모양이다. 아이의 경우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비능력자와 능력자의 구분없이 지낼 수 있으나 카르마의 경우 성인이 되고 고아원에 남아있으려면 테미스에 소속되어야 한다. 고아원에서 강요하기보다는 위치한 곳이 비능력자 거주 구역인 세네르이기 때문이다. 고아원에서 자라 얼터레스에 속하는 카르마도 있다.
에스포티 제과 기업
1936년 설립된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가족 회사다. 사탕이나 초콜릿 등 제과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 공장이 설립되어 있다.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 잦았던지라 테레스 고아원을 후원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초창기에 에스포시토 총수 부부의 몸이 좋지 않은 장녀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돌면서 시선이 집중되기는 했으나 닮은 점이 없었으며, 창 본인이 자신이 고아였으며 에스포티 재단에 후원을 받아 지금까지의 연이 닿았다고 밝히면서 의혹은 종식되었다. 현재도 에스포시토 총수 부부의 장녀가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 누군가는 아직 이 의혹을 믿고 있기도 하다. 에스포티 기업은 테미스에 속한 창을 후원하는 명목으로 테레스 고아원에 후원을 하고 있으며, 카르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기업의 이미지에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결정이라고 여긴 듯 하다.
언어
세 가지 언어를 사용한다. 이탈리아어, 영어는 익숙하여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름을 보아하면 중국인인데 가장 편히 쓰는 것은 이탈리아어다. 영어에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억양이 물들어 있다. 중국어는 중국인이나 만났을 때에서야 사용하는데 자주 사용할 일이 없었을 텐데도 사용하려 한 것인지 퍽 능숙하다. 때때로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 그 부분에 영어나 이탈리아어를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말투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쓴다. 신경 써서 일부러 섞어쓴다기보다는 그때그때 나오는대로 뱉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존댓말을 쓰기는 하나 상대를 존중하고 있다거나 예의바른 느낌은 들지 않는다. 연장자나 말을 높여야 하는 상대에게 있어서는 존댓말의 비중이 강하긴 하다. 그것 역시 의식해서 하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반말의 비중이 더 많아졌다. 공식 석상에서는 멀쩡히 존댓말로 잘 말한다. 공사 구분과 사리 분별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사람이었으므로.
목소리
낮은 음역대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발음이 명확하고 톤이 선명하다.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에 적합한 목소리라고 평해도 될 정도로 진중한 면이 있었으며, 성별을 오인받을 정도로 보이시하진 않았다. 위압감을 줄 때도 있다.
피지컬
전투에 있어서도 자신의 몸을 직접 움직여 타격을 입히는 걸 선호하는 그 답게 움직임이 좋았다. 복싱을 배운 사람답게 특유의 움직임으로 치고 빠지는 것이 가능했으며, 손이나 다리를 사용하는 것에도 능숙했다. 직업적인 면에 있어서 사용하는 무기나 도구를 이용하는 것도 능숙할 수밖에 없었으며, 길이가 짧을수록 다루기 편한 듯 하다. 실용성과 효율에 맞춰진 움직임은 공격적인 전투 스타일이나 생존에 치중해있다. 말에 대꾸하는 것은 빠르지 않으나 짐승처럼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에 기인한 부분에서의 반사신경이 좋은 편이다. 그 외에는 눈이 캐치를 잘하는 것이다.
장신구

하다(@hada_cms)님의 지원입니다.
몸 곳곳에 순금으로 된 장신구를 걸치고 있다. 평소에는 더 많이 걸치고 다니는 모양인데 지금은 몇 가지를 제외하고 약소하게 걸친 상태다. 드롭 귀걸이와 손목시계, 팔찌, 그리고 반지 3개를 착용 중이다. 특이한 점은 전부 순금이라는 것과 양각/음각을 새기거나 여러 디자인을 한 경우는 있지만, 보석이 박혀있다거나 가죽이 들어간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 이 부분에 대해 물으면 그는 간략하게 “선물이라도 할 건가.” 라고 되묻는다. 모든 장신구는 착용하는 위치가 때때로 달라진다.
마스크
테미스에 소속되었을 초반에는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소속되고 2년여 정도가 지났을 무렵부터 착용하고 다녔으며 외부를 돌아다닐 때면 상시 착용했기 때문에 창에게 흉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아나데마에서 진영이 밝혀진 이후 항시 착용하던 마스크를 벗은 이유는 단순했다. 임무가 너무 오래 걸리니 숨쉬는데 답답해서 벗었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건 카르마 뿐이니 상관없었다.
흉터
테레스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한들 모두 바르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모두에게 맞고 적합한 환경이라는 게 있을 수가 있던가. 그렇다보니 고아원에서 나간 이후 각자의 사정 혹은 이유로 얼터레스에 속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카르마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고아원을 나간 이후로는 창의 보호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대치한다면 창의 손속 또한 자비가 없었다.
어찌되었건 창은 사람이다. 남들보다 감정을 느끼는 기준이 다른 것 뿐, 멀쩡히 정을 느낄 줄 알았고 줄 수 있었다. 창은 자비없이, 망설임 하나 없이 더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처리했고, 그 과정에서 피부와 살이 녹아내렸다. 본래라면 그렇게까지 다칠 것이 아님에도. 함께 간 이 중 치유가 가능한 카르마가 있었기에 치료를 받아 몸에는 흉이 남지 않았으나 얼굴만큼은 흉이 남도록 두라 하여 지금의 얼굴이 되었다. 마스크는 이때 이후로 착용하기 시작했다.
버릇
손바닥 아래 부분으로 관자놀이가 있는 부근을 꾹 누르는 제스처를 취할 때가 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려도 시야에 많이 거슬리지 않는다면 그리 신경쓰지 않는 듯 머리를 만지는 자주 보지 못한다. 눈짓이나 고갯짓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모양이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고개가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지도 한다. 그의 감정 표출은 대체로 짜증남, 성가심 위주이므로 눈을 찡그리거나 한숨을 쉬거나 일정 간격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 등 다 그런 감정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버릇이다.
취미
본인에게 시간을 쓰기보다는 남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걸 좋아한다. 정확히는 해야 할 것을 처리하고 남는 시간을 소모하는 방식에 가까운데 테레스 고아원의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걸 해준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종종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는 모양. 사춘기가 온 아이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여러모로 신경 쓰는 듯 하다. 다른 취미로는 주변 배회하기, 가 있다. 누군가는 이걸 산책이라고 칭할 테지만, 그는 발길 가는 대로 휘적휘적 생각 없이 걸어다니는 거라 바람 쐬기 정도로 보면 된다. 이때 주변의 기준이 자기 마음대로라 어디까지 갈지는 모른다. 산책하러 간다고 하더니 며칠 지나서야 어린 아이랑 돌아왔다던가 그런 일도 종종 있는 모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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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테레스 고아원의 설립자이면서 원장이고 후원자다. 그가 하는 사업은 제 3 금융계로 그곳을 잡고 있는 큰 손이라고 보아도 좋았다. 처음 세울 때는 본인이 직접 움직였으나 지금은 커지기도 하였고 카르마의 대외적 이미지 및 고아원 등 여러 이익 및 이해 관계로 인하여 현재는 대리인과 직원들이 알아서 한다. 돈을 받아내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이 동원되기도 한다.
고리대금업자도, 그의 방식이 폭력적인 것도 맞으나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 대상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금리를 낮춰주거나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다. 대체로 부양해야하는 가족 중에 아이가 있으며 가족을 중요시 여기는지, 인성 됨됨이를 본다. 하지만 그 부분은 비밀리에 진행되며 어떠한 관련 소문도 내지 않을 것이라는 약조를 받아낸다. 불이행시 망설임없이 계약 불이행 조건대로 이행한다. 결국 제 마음대로였다. 그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동정심 한 톨 쥐지 않았으니까.
이름
여권이나 국가에 등록된 이름은 세르세 에스포시토/Serse Esposito가 맞다. 창 이셴은 친 부모가 지어준 이름으로 그의 부모가 사고사한 이후로 입양되면서 바뀐 뒤로 불릴 일이 없었다. 두 이름 다 애정하는 편이나 입양 직후 자신이 카르마임을 양 부모에게 밝혔으며, 살아있는 양 부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 이름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적이 없다. 카르마의 이미지가 개선되는 노력이나 사회적으로 두둔하는 사람들이 생긴 이후에도 기업과 자신이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드러내지 않길 바랐다. 그렇기에 대외적으로는 몸이 약한 장녀, 정도로 장녀가 입양된 자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창 이셴 이라는 이름은 본인의 것이기는 했으나 현재는 달라졌으므로 편하게 활동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서류를 조작하여 실재하는 인물처럼 만들어 두었다. 거짓 신분 증명서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불법적인 루트는 대게 자본의 힘이 크게 발휘하기에 창은 제 사업을 그만두지 않는다. 그것조차도 힘에 속했으므로.
고아원
그의 부모가 사고로 사망한 후 어린 시절 잠깐 머물렀다. 그 고아원은 풍족하게 지원받는 곳이 아니었고 원장이나 다른 직원은 아이들을 가엽게 여기지도 함부로 대하지도 않았다. 필수적으로 필요한 처치는 하지만 그 이상은 방관하였다고 보아도 좋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다른 누군가, 약한 누군가를 고립시키고 배제시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 비슷한 처지임에도 자신의 처지가 더 낫다 여기려 노력하는.
누군가는 우위에 서고,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아래에 선다. 창은 그 차별 속에 있었다. 위에 서기 위한 처절함이 추했고, 아래에 눌리는 것이 가여워 싫었다. 그 분위기가 어떤 식으로 사람을 좌지우지하는지 알았다. 진저리가 날 만큼 싫었다. 하지만 그게 아이들이 잘못해서는 아니었다. 그는 이곳에서도 방관자였기에 어느 순간에는 우위에 서있었고, 어느 순간에는 아래에 있었다. 노력하지 않았지만, 수긍하지도 않았다.
화재로 부모를 잃고 자신도 크게 얼굴을 다친 아이가 있었다. 창은 그곳에서 친구라는 것을 만들 생각이 없었으나 언제나 아래에서 눌리고 있는 그 아이가 보였다. 처음 몇번은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그러다 자신을 그 사이에 끌어들여 어느 때처럼 놀리고 괴롭힘을 시작하고 바닥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퓨즈가 나갔다. 기억의 순서가 애매하지만, 그 순간이 짜증나고 싫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 자리에서 주도하는 아이의 멱살을 잡고 한참 드잡이질을 했다.
당연히 혼났다. 적당히 무관심하고 적당히 관심있게, 이것이 꾸중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기에 혼났다. 자신도 다쳤다. 흠씬 처맞고 피를 보자 엉엉 울던 얼굴이 썩 만족스럽던 것은 아니었고 이렇게 한다고 개운한 감정도 없었기에 지나가는 일로 치부했다. 첫 반발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정도의 감상이었다. 그 일 이후로 적어도 제 앞에서는 괴롭힘을 줄이고 사리는 것을 보았을 때, 말보다 행동이 진심을 이끌어내진 못해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음을 알았다. 공포는 사람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으니까. 그 아이가 고맙다고 이야기했을 때도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걔 때문에 저지른 것도 아니었고, 위해서 한 것도 아니라 뿌듯함도 없었다. 상황의 문제다. 그 상황에는 사람도 섞이기 마련이었지만, 피해자에게 네 문제다 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저쪽이 더 꼴보기 싫었다. 창은 곧 입양되어 떠났다.
폭력은 사회적으로 규제가 많고 시선을 모으니 그는 좀 더 적합한 수단으로 새로운 기반을 닦았다. 애초 폭력을 좋아해서 저지르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사회를 깨끗하게 만들 생각 따위 없었다. 이런 세상 알 게 뭔가. 하지만 그 세상 속에서도 좋다고 할 만한 것이 있었다. 그러니 살아가는 동안 눈앞에서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으니, 좀 더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고리대금업을 시작해 자본을 만들고 그 자본으로 테레스 고아원을 운영했다. 고아원은 비능력자건 능력자건 차별을 두지 않았다. 지내는 아이도, 일하는 직원도 구분을 두지 않았다. 그 나름대로 교육 면에서 신경을 썼다. 양육자, 보호자의 위치에 선 자들은 반드시 아이들에게 언제나 예리하고 섬세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했다. 방관은 차별을 낳았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카르마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익숙한 것은 다르다는 공포보다 아, 저런 애도 있지 정도로 쉽게 수긍할 수 있으니까. 그래, 이것은 자신의 이기심이다. 그는 그것을 너무 잘 알았다. 그것이 어쨌단 말인가.
아이 중에서는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한다. 카르마에 의해 가족을 잃기도 한다. 삶을 빼앗기기도 한다. 그러니 그 분노를 구태여 잠재우려 하지 않았다. 고아원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그 분노를 자신에게 표출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단 한 가지, 고아원에서 일하는 직원과 아이들에게 해를 입히지 말 것. 그것만 아니라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켜야 할 한 가지를 지키지 못한다면, 정말 어린 아이가 아니고서야 눈앞에서 치웠다. 세네르 밖의 다른 고아원으로 보냈다는 이야기다. 성인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에. 고아원 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은 차별 뿐이었다. 비단 카르마와 카르마가 아닌 자 뿐만이 아닌 다른 차별들까지도. 배워나가는 과정이니 두 번 정도는 봐주었다. 심하지 않는 한에서라면.
테레스 고아원은 생각보다 크다. 운용되는 자금의 대부분이 어디서 오는지 알만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크다고 놀라다가도 금방 이해한다. 어찌되었건 부원장과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직원이 20명, 식당이나 기타 일처리를 맡는 직원이 30명을 넘긴다. 그 외에도 비공식적인 직원이 여럿 있다. 고리대금업 직원도 이중에 섞여있다. 아이들은 60명이 넘어간다. 그중 나이가 찼으나 아직 머무르는 사람도 있다. 직원도, 아이도 전부 능력의 유무없이 함께 어울려 지낸다. 아이들의 나이대는 다양하다. 갓난아기부터 성인에 근접한 나이까지. 다양한 국적을 가졌고, 다양한 사정을 가졌다. 부원장만 해도 원장과 같은 중국 출신에 얼굴에 화상자국이 만연하니까.
양 취안
창을 대신하여 테레스 고아원을 관리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대외적인 원장이다. 창과는 어렸을 적 고아원에서 만났으며 창은 입양되었으나 양은 입양되지 않고 성인이 될 때까지 그 고아원에서 자랐다. 성인이 되기 2년 전쯤에 창이 양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 길로 양은 창과 함께 지내게 된다. 창과 양은 얼굴을 보면 닮았다고 할 수 없으나 키나 체격, 검은 머리에 검은 눈, 길게 기른 머리 등 여러모로 닮았다. 둘의 가장 다른 점은 성별과 창은 카르마라는 것이고, 양은 아니라는 것이다. 창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상대며, 친구라고 볼 수 있다. 오른쪽 얼굴이 화상으로 인하여 그리 보기 좋지 않은지라 오른쪽 얼굴만 가리는 반가면을 착용하고 다닌다.
발현
보기 싫은 것을 눈앞에서 치우고 싶었다. 싫은 것은 신경을 쓰이게 하여 성가시고 불쾌했으므로. 고아원에서 싸움을 벌이고 그 결과가 미치는 것을 보면서 압도적인 힘으로 보기 싫은 것을 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계기였으리라. 발현된 것은 입양된 직후다.